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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조선기자재 분야 시장석권 노리는 강소기업
선박과 해양 구조물을 안정적으로 가동하는 데 필수적인 계측 경보 장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주)파나시아(대표 이수태)는 조선기자재 업계에서 뛰어난 기술력과 강한 국산화 열정을 가진 중소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부산 강서구 송정동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파나시아는 창업 이후 20여 년 동안 임직원들은 기술 개발에 전념, 주력 분야인 계측기뿐만 아니라 친환경 기술(ET)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회사의 성장세는 경영지표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지난 2005년 수주금액이 123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233억 원으로 2년 만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급속한 회사 발전은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 노력이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이 회사 경영이념은 ‘기술로 세계로 미래로’다. 이 대표가 오랜 현장 경험에서 얻은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같은 경영 이념이 임직원들에게 전달돼 우수한 제품으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는 작지만 강한 조선기자재 업체로 우뚝 선 것이다.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대 공대를 나온 그는 1981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1987년 과장으로 퇴사할 때까지 조선 설계를 담당했다. 이 대표가 당시 가장 안타깝게 느낀 현실은 핵심 기자재가 대부분 외산이라는 사실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소자본으로 어렵게 창업할 때나 지금이나 국산화는 그에게 최고의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 기자재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세계 1위 조선 산업의 그늘에서 과실만 바라지 않고 오히려 양분을 공급하는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고객 만족 경영으로 현대중공업 한라중공업 등 고객사들로부터 우수 협력업체로 지정되는 등 꾸준히 입지를 다져온 이 회사의 방향타가 친환경 분야에 맞추어진 것은 1999년 부설 기술연구소를 만들면서부터다. 당시에는 조그마한 조선기자재 기업으로만 여겨지던 이 회사가 대기업 전유물인 자체 연구소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설립 당시 3명에 불과했던 연구 인력은 지금 9명으로 늘었으며, 매년 매출액 가운데 12%가 연구개발에 투자되고 있다 .
연구개발 노력으로 밸러스트수 처리장치 등 국산화성공
-->독자적으로 개발한 선박의 평형수를 정화하는 장치의 3D 개념도
이 연구소가 최근 개발에 성공한 친환경 기술 제품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선박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밸러스트수)를 정화하는 장치다. 밸러스트수에 있는 각종 침전물과 미생물 등을 여과 처리한 뒤 자외선으로 살균하는 독창적인 방식이다.
파나시아는 2004년 산업자원부 주관 사업으로 한국해양연구원 한국해양대 카이스트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공동연구를 시작했고, 부경대 수산과학기술센터와 다양한 생물실험을 마쳤다. 또 지난 3월 1일에는 다대포 조선소에서 이 장치를 장착한 바지선 시험 운항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 제품은 현재 국제해사기구(IMO)의 활성물질 초기 승인을 받았고, 최종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대표는 “해양오염에 대한 규제 강화로 밸러스트수 처리장치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5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북유럽 기업들이 앞서가고 있지만 한국 기업의 자존심을 걸고 세계 시장을 제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IMO 규정에는 오는 2012년부터 국제 항해를 하는 모든 선박은 의무적으로 밸러스트수 처리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2009년에는 밸러스트수 처리 장치 부문에서만 320억~40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걸작은 플라즈마를 이용한 저온 질소산화물 방지(탈질) 시스템(De-NOx SCR System)이다. 이 장치는 기존 발전 시스템보다 에너지를 30% 이상 절감할 수 있어 정부 차원에서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열병합 발전소에 주로 적용된다. 육상 발전 시스템 뿐 아니라 선박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정화에도 사용돼 IMO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 못지 않은 사원복지제도 갖춰
이 시스템의 핵심은 열병합 발전기에서 나오는 섭씨 500도 이상의 배기가스 중 폭발성이 강한 암모니아를 안전한 요소(urea)로 전환하고 플라즈마를 이용해 탈질하는 기술(SCR)이다. 파나시아는 시스템에 필요한 모든 전기 전자 기계장치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자체 개발해 국산화했다. MW당 3억5000만 원대인 기존 설비가격을 70% 수준까지 낮출 수 있도록 하는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이 제품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면 수입제품의 가격 인하와 함께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등 시장에서 국산화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가 미래를 내다보고 연구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것은 주력 사업인 선박용 계측기 분야가 든든하게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창 감시 시스템, 탱크 수위 및 흘수 측정 시스템, 만재 및 과적 경보 시스템, 누출 가스 통제 시스템 등 이 회사가 만든 제품들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STX조선 등 메이저 조선소에서 만들어지는 선박에 빠지지 않고 장착되는 부품들이다.
하지만 이 회사가 만든 국산 계측기들이 처음부터 조선소로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중소 기자재 업체가 힘들여 개발한 품질 좋은 국산품을 외면하고 가격이 더 비싼 외국 제품을 선호하는 현실이 큰 벽이었다”고 회상하며 “결국 파나시아 제품이 수입품 보다 낫다는 믿음을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사소한 요구사항까지도 꼼꼼히 파악해 반영하고 개발자의 아이디어를 더한 우수한 제품으로 조선소를 끈질기게 설득해 벽을 허물어 낸 것이다.
기술에 목을 매는 영원한 엔지니어인 이 대표는 지금까지 사업을 해 오면서 두 차례 고비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창업 초기 핵심 인력들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면서 힘든 시기를 처음으로 경험했고 IMF 외환위기 당시 거래처 부도로 자금사정이 악화되었을 때가 두 번째 위기였다”며 “직원들과 한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비로소 사람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우리 사주제도와 대학 및 대학원 학자금, 전세자금 지원 등 여느 대기업 못지않게 직원 복지제도를 갖춘 파나시아는 오는 2009년 코스닥 등록을 목표로 신기술 개발과 국내외 시장 확대에 힘쓰고 있다.